정류장 풍경
손월언
장바구니를 끌고 버스에 겨우 오르는 여자
출발하는 버스를 잡아타려 씩씩거리며 내달려온 청년
여봐란듯 큰 소리로 수다하는 두 여자
모두들 빛이 나고 좋아 보인다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버스는 출발하고
정류소마다 사람들을 부리고 태운다
잘 가시오, 이제 곧 아이들 만나 반갑다 볼 비비고
이제 곧 저녁들 드시겠구만
잘 가시오, 나는 버스에 겨우 올라탈 땐 찡그렸다오
잘 가시오, 씩씩거리며 내달려본 지도 오래되었고
잘 가시오, 여봐란듯은 고사하고 수다 상대도 없다오
내 사는 것을 이내 바라보게 되고
그러나 오늘은 빙그레 웃게 된다
잘 가시오들
문학동네시인선 044
손월언 시집 마르세유에서 기다린다
- 컨셉진 72호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