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컨셉진 편집장 김경희입니다. 여러분께 컨셉진 재발행일로 약속드렸던 9월 27일에서 복귀 시점을 한 번 더 미루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늦어지는 만큼 그 이상으로 탄탄하게 준비하여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컨셉진 레터 발행을 시작하고 재발행을 약속드렸던 9월 27일까지, 총 11편의 레터를 보내드리기로 해서 오늘의 레터가 마지막이어야 했는데요. 12월 20일까지 12편을 더 보내드릴 수 있게 됐어요. 컨셉진 기다리시는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도록 이전보다 더 재밌는 레터를 준비해보겠습니다. 믿고 기다려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오늘 레터는 컨셉진 기사가 아닌, 컨셉진 표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컨셉진 표지는 종이책으로 발간된 11호부터 96호까지, 세 종류의 얼굴이 있었는데요. 표지 종류와 함께 해당 표지에 담긴 비하인드까지 소개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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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으로 제작된 11호부터 40호까지의 얼굴입니다. 가장 마지막에 나온 96호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죠? 컨셉진을 종이책으로 처음 만들었던 당시에는 시대적으로 ‘감성’이라는 코드가 우세했어요. 이렇게 위아래로 분할된 표지 디자인이 트렌드이기도 했고요. 그 시대에 맞는 디자인이었다고, 그리고 그 당시 제 나이 스물일곱의 편집장이 보여줄 수 있는 정도의 디자인이었다고 생각해요. 다만 아쉬운 건, 표지에 임팩트가 없다는 점이었죠. 컨셉진 인터뷰이로 만난 <오보이!> 매거진의 김현성 편집장님께 컨셉진에 대해 자문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요. 그때 저희 표지를 보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을 보면 ‘나 좀 보세요!’ 하고 힘차게 외치는데, 컨셉진은 독자를 꼬시고 싶은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런 책들은 일본에서는 통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 정확한 피드백이었다고 생각해요(웃음).
이 디자인은 주제와 어울리는 물건을 하얀 배경에 촬영하여 구성했는데요. 그 당시 촬영장 모습도 보여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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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컨셉진은 정말 적은 인원으로 제작했기 때문에, 제가 진행하는 촬영장에서는 항상 컨셉진의 김재진 대표가 어시스턴트 역할을 해줬답니다.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초록 이파리의 무게 때문에 예쁘게 서있지 못해, 이파리에 낚싯줄을 연결해 들고있는 모습이에요! 이렇게 촬영한 뒤, 마치 이상형 월드컵처럼 사진을 비교하며 가장 마음에 드는 베스트 컷을 고르는데요. 최종적으로 선택된 사진을 보정하고 디자인에 넣어 표지로 완성합니다. 위 사진은 '여행'이 주제였던 컨셉진 17호의 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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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첫 번째 개편을 통해 표지가 바뀌었습니다. 시즌 1의 디자인보다 확실히 힘이 생겼죠? 시즌 1의 표지에서 아쉬웠던 점 중 하나가 모든 호가 다 하얀색이라, 책장에 꽂아 놓았을 때 구분이 잘 안 된다는 점이었어요. 이런 부분 때문에 배송 실수가 일어나기도 하고요. 그래서 개편을 할 때는, 한 호 한 호 저마다의 개성이 드러나게, 또 컬러가 다르니 독자분들이 모든 컬러를 다 수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자는 마음으로 디자인을 했습니다. 이때부터 확실히 구독자도 많이 늘고, 인스타그램에 인증하는 게시물도 늘어났어요.
시즌 2의 표지는 그 어느 때보다, 작업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았는데요. 이 표지는 어떻게 만드는 거냐, 촬영하는 거냐, 아니면 그래픽으로 만든 거냐 등등. 오늘 그 제작 과정을 공개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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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 봐도 파악되시죠? 가장 먼저, 해당 주제와 계절, 촬영하려는 제품 컬러 등을 고려해 디자이너와 함께 표지 컬러를 확정합니다. 그다음 페인트 가게에 가서 페인트 컬러칩을 보며 저희가 생각하는 컬러와 가장 비슷한 컬러를 골라 번호를 말씀드리면, 페인트를 조색해주세요! 컬러에 따라, 필요한 양에 따라 1~2만 원대로 구매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 페인트를 갖고 컨셉진 촬영을 담당하는 하우스 스튜디오에 가서 하얀 호리존 배경에 페인트칠을 한 뒤 촬영합니다.
그런데 사실, 배경이 일정한 컬러로 깔끔하게 촬영되지 않기 때문에 보정할 때 배경 색을 포토샵 기능으로 거의 다시 칠해야 하는데요. 누군가 묻더라고요. 그럼 그냥 포토샵으로 컬러 배경 만들고, 사진을 누끼 따서 합성하면 되지 않냐고. 물론, 그렇게 하면 조금 더 작업이 쉬워질 순 있지만, 흰 배경에 제품을 올려놓고 찍었을 때와 노란 배경에 제품을 올려놓고 찍었을 때 생기는 그림자가 달라요. 저희는 이렇게 그림자 컬러까지 디테일 하게 생각해서 작업을 했답니다(웃음).
위 사진은 ‘음악’이 주제였던 컨셉진 44호의 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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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과 2, 그리고 3의 변화가 확실히 느껴지시나요? 두 번째 개편을 통해 표지를 디자인할 때는 크게 두 부분을 생각했어요. 우리의 상징인 ‘컬러 표지’는 살리되, 물건 하나가 아니라 주제가 느껴지는 ‘장면’이 되게 하자. 그리고 컨셉진이라는 이름보다 매호 주제를 더욱 강조하자. 이를 반영하여 디자인을 했는데, 저는 이 변화가 정말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개변의 의도를 잘 살리기도 했고, 무엇보다 단단한 힘이 느껴졌거든요. 이렇게 변화한 후로, 컨셉진을 전혀 모르셨다가 서점에서 처음 만나신 분들은 ‘당신은 잘 자고 있나요?’ ‘당신은 산책을 하고 있나요?’ 이 질문이 책 제목이라 생각하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이전 표지보다 확실하게 주제 어필을 해줘서인지 서점 판매량이 조금 더 늘기도 했답니다.
시즌 3의 표지에서는 더 이상 페인트를 조색하고, 칠할 필요가 없어졌어요. 컴퓨터에서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색을 바꿀 수 있게 되었죠. 다만, 무조건 아이템 하나를 골라 스튜디오에서 촬영했을 때와 달리, 이번엔 어떤 장면을 촬영할까, 어디로 가서 촬영할까, 고민할 게 많아지긴 했습니다. 하나가 편해지만, 하나는 불편해지는… 둘 다 가질 수는 없는 건가 봐요(웃음). 시즌 3 촬영의 현장도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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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이 주제였던, 74호 촬영의 모습입니다. 연예인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다, 팬덤 문화, 풍선 문화를 생각했고, 파티용품점에 가서 두 가지 컬러의 풍선에 헬륨가스를 넣어 잔뜩 구매했습니다. 이 풍선들을 갖고 렌탈 스튜디오를 방문해 다양한 버전으로 이렇게 저렇게 시도하며 촬영한 뒤, 촬영된 사진을 비교해가며 최종 선택을 했어요. (표지에 어울리는 컷을 고른 거지, 신화 팬이라 주황색 풍선을 고른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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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진 표지에 담긴 의미, 또 그 제작 과정을 알게 되니 컨셉진 표지가 좀 더 새롭게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표지가 시즌 1, 2, 3으로 계속 변화했지만, 공통적으로 바뀌지 않은 부분이 하나 있어요. 바로 표지에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저희는 독자 여러분들께서 타인의 삶을 '구경'하는 입장이 되는 것을 지양해요. 산책 기사를 보면서도 누군가 다녀온 산책을 보는 게 아니라, 마치 내가 거기에 있다는 생각으로 보시길 바라죠. 그런 의미에서 표지도 '사람'을 빼고 물건이나 장면으로만 표현했어요.
저는 앞으로도 여러분들이 컨셉진의 주인공이 되시길 바라요. 다시 찾아뵐 컨셉진에서는 이전보다 더 그 바람을 실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고요. 저희의 속도가 조금 느려서 답답하고 아쉬우시겠지만, 기대하는 마음으로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길 부탁드릴게요. 여러분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도록 더욱더 힘쓰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평안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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