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편집장 김경희입니다.
지난주에는 여러분께 컨셉진 57호 '아빠' 편 특집 코너를 보여드렸죠. 오늘은 컨셉진 90호 '엄마' 편 특집 코너를 보여드리려 해요. 57호와 90호, 그 숫자를 보시면 느끼시겠지만 '엄마'라는 주제는 '아빠'라는 주제가 나오고 한참 지나서야 등장했는데요. 사실 이렇게 늦게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어요.
컨셉진의 주제는 단순히 어떤 '단어'에 대해 생각해보자고 던지는 것이 아니라, 그 단어에 우리의 가치관으로 메시지를 넣을 수 있을 때 선정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디저트'라는 단어만으로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많겠지만, 컨셉진은 독자분들에게 '디저트를 자주 먹자'라는 건지, '디저트를 자제하자'인지 우리가 추구하는 메시지까지 담아야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또래 대부분이 아빠보다 엄마와 더 친하고, 아빠와는 어색한 존재이기 때문에 '아빠와 친해지자'라는 메시지를 담아 '아빠'를 주제로 정했어요. 아빠 편을 진행하고 이어서 엄마 편도 진행하려 했는데, 엄마 편에서는 줄 수 있는 메시지가 없는 거예요. 웬만하면, 엄마랑은 친한 편이니 '엄마와 친해지자'라는 메시지를 줄 필요가 없었고, 그렇다고 '엄마를 사랑하자'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도 의미 없고요. 분명 '엄마'라는 단어로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는 많겠지만, 여기에 담을 우리만의 메시지가 없어 오랜 시간 주제 리스트에 후보로만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에디터 한 명이 "엄마랑 친하긴 한지만, 엄마에 대해 아는 건 별로 없지 않아요?"라는 이야기를 꺼내더라고요. 그때 우리가 독자분들께 드려야 할 메시지를 발견했죠. '엄마에 대해 잘 알자.' 이 메시지를 발견하고 바로, 90호에 '엄마' 편을 진행할 수 있었어요.
엄마 편도 아빠 편처럼, 엄마와 나눈 대화를 컨셉으로 특집 코너를 꾸렸는데요. 자, 그럼 지금부터 컨셉진 독자 다섯 분이 엄마와 나눈 이야기를 한번 들어볼까요?
|
|
|
당신에게 묻지 않았던 것
엄마의 마음속까지 더듬어본 적이 언제일까. 관심 어린 질문을 자주 던지는 엄마와 달리 내가 건넨 질문은 짧고 건조하다. 여기, 엄마를 더 알기 위해 평소보다 조금 깊은 물음을 던진 다섯 명의 아들딸과 엄마가 있다.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행위는 적절한 속도로 마음을 데우고, 그 뭉근한 시간은 당신의 인생길을 나와 나란히 걷게 만든다. 에디터 김기수, 이명주, 정종혜
|
|
|
엄마, 자기소개 부탁해.
김연국의 부인이자 지현이와 지수, 그리고 우리 귀여운 라떼의 엄마인 마흔아홉 김정숙이야. 요즘에는 다른 누구보다 반려동물 라떼의 엄마로 열심히 살고 있지(웃음).
나를 질투나게 하는 라떼의 엄마(웃음)! 엄마의 어릴 적 꿈이 궁금해.
간호사였어. 간호사의 흰 모자와 가운, 신발이 무척 예뻐 보였거든. 전문적인 일을 완벽하게 하는 모습이 당당해 보이기도하고. 그래서 마음속으로 간호사를 꿈꿨는데,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대학도 가지 못했지. 아쉽게 접은 꿈이야.
엄마가 간호사였다면 잘했을 것 같아. 꿈을 이루지 못한 게 엄마의 인생에서 가장 슬픈 순간이었어? 엄마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궁금해. 행복했던 순간도.
열 살 때, 몇 개월 차이로 부모님 두 분이 다 돌아가셨어. 언니들과 오빠가 있었지만 마음 한편이 허전했지. 앞으로 엄마 아빠가 없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싶었고. 무척 오래된 일이지만 힘들었던 순간이라 아직도 기억이 나. 행복했던 때는 네 아빠와 결혼하던 날! 다시는 이런 남자를 못 만날 것 같았는데 결혼까지 한다니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 그런데 살다 보니까(웃음)....
그렇게 사랑하는 아빠와 결혼하고, 엄마가 된다는 걸 알았을 때 어땠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으니 엄마가 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 물론 그때는 다들 어린 나이에 아이를 가지니까, 내가 잘 키울 수 있을까 무섭기도 했지만 그만큼 기뻤어.
|
|
|
나는 엄마 딸이니까, 당연히 엄마를 닮았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닮은 점은 뭐라고 생각해?
외유내강의 성격 아닐까? 사람들은 우리를 여리여리하고 약하게 보더라고. 그런데 우리는 그렇지 않잖아(웃음). 힘도 세지만 마음이 그 누구보다 강하지.
엄마 스스로도 마음에 드는 점과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는지 궁금해.
마음에 드는 건 눈이야. 내가 봐도 눈은 참 예뻐! 아쉬운 점은 손재주가 없다는 거. 뜨개질이나 바느질을 잘하고 싶고, 그림도 잘 그리고 싶은데 타고난 손이 야무지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워.
맞아. 우리 엄마 눈 예쁘지(웃음). 요즘 엄마에게 가장 즐거운 일은 뭐야?
당연히 우리 라떼랑 같이 산책하는 거! 요즘엔 날이 많이 풀려서 출근하기 전에도 산책하고 퇴근 후에도 할 수 있거든. 가자고 하면 주저 없이 성큼 나서는 라떼와의 산책이 가장 즐거워.
인생 선배로서 나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지현아, 너 아직 젊다! 나는 지금도 일하고 있지만 퇴직한 후에는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어. 젊은 사람들이 너무 늦었다면서 하고 싶은 걸 코앞에 두고도 마음만 끙끙 앓는 게 안타까워. 하고 싶은 건 아무 걱정 없이 해봤으면 좋겠어.
마지막으로 엄마의 인생을 한마디로 표현해줘!
젊어서는 채워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늙어서는 비워가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서 요즘 당근마켓 열심히 하고 있어(웃음).
|
|
|
엄마, 자기소개 좀 해줘.
올해로 쉰아홉 살이 되었고 착한 엄마로 살아온 김묘중이야. 35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고 작년에는 교장이 되었지. 이렇게 소개하려니 조금 부끄럽네(웃음).
엄마는 어릴 때 꿈도 선생님이었어?
곰곰이 생각해 보니 꿈이 없던 시골 소녀였어. 공부를 곧잘 했던 편이라 어머니의 뜻대로 교대에 입학했고 선생님이 됐지. 그때는 잘 몰랐지만 이제 와서 보면 무척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해. 나랑도 잘 맞는 일이었고. 이 세상 엄마들의 말은 틀린 게 없는 것 같아. 그러니까 엄마 말을 잘 들어야 해(웃음)!
엄마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야?
벌써 16년 전인데, 2005년에 대학 선배들과 난생처음 갔던 유럽 여행에서 파리의 에펠탑을 봤어. 영화에서만 보던 프랑스에 왔다는 것 자체가 꿈 같았고, 어두운 밤에도 혼자 반짝이는 에펠탑을 마주하니 정말 황홀했지. 그 당시 집에서는 아내와 엄마로, 밖에서는 선생님으로 바쁘게 지내느라 지쳐있었거든. 오랜만에 즐기는 혼자만의 시간이라 그 여행이 더 소중했어.
그럼 가장 힘들었던 순간도 있어?
남동생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겨 가족 모두가 힘들었던 적이 있어. 누나로서 도와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미안했고, 힘들어하는 동생을 보니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지. 동생이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밤낮으로 기도했어. 지금은 좋지 않던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다행이야. 우리 가족 모두가 별탈 없이 아프지 말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엄마가 된다는 걸 알았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어?
첫째인 너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솔직히 불안했어. 엄마로서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었거든. 걱정도 되고 두려움도 컸지. 누구나 ‘엄마’는 처음이니까. 내심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병원에서 딸이라고 알려줘 기쁘고 설레기도 했어.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뭔가 기분이 이상한데(웃음)? 나를 키우면서 서운했거나 속상했던 일은 없었어?
네가 중고등학생 때 사춘기가 와서 나랑 거리가 확 멀어졌어. 내가 묻는 말 한마디에 가시 돋친 답을 하고 얼굴과 말투에는 짜증이 섞여있었지. ‘조금 살가운 딸이었으면 좋겠는데’ 하고 속상해 했어. 그런데 내가 고등학생 때 너와 똑같은 모습이었다는 게 불현듯 떠오르더라. 까칠하고 예민해서 엄마에게 신경질도 많이 냈거든. 역시 내 딸은 내 딸인가봐(웃음).
|
|
|
엄마 스스로를 봤을 때 이건 괜찮다 싶은 점과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는지 궁금해.
59년 동안 꾀부리지 않고 성실히 살아온 나의 모습이 가장 마음에 들어. 엄마와 아내로서, 선생님으로서 나에게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노력했고 열심히 살았거든. 반대로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은 좀 더 예쁜 얼굴과 날씬한 몸을 가졌다면 좋았겠다 싶어(웃음).
지금도 예뻐(웃음)! 요즘 엄마에게 가장 즐거운 일은 뭐야?
엄청 많아! 학교에 오는 아이들과 반갑게 인사하는 것도 행복하고 학교와 집의 식물을 보살피는 것도 즐거워. 나이가 들면서 식물이 좋아졌거든. 저녁 식사 후에 남편과 함께 드라마를 보며 나누는 소소한 대화도 좋고, 잠들기 전 유튜브로 사람 사는 일을 구경하는 것도 참 즐거워.
엄마도 고민이 있어?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뭐야?
기억력이 나빠지는 게 요즘 가장 큰 고민이야. 건망증인가 싶을 정도로 크고 작은 일을 잘 까먹거든. 사물이나 사람의 이름을 까먹기 일쑤라 가끔 혼자 심각해지기도 해. 젊은 시절엔 암기도 잘하고 기억력 좋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는데, 이젠 그렇지 못한 내 모습이 조금 서글프네.
엄마는 나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살아왔잖아. 인생 선배라고 생각하고 조언해 줄 수 있어?
최근에 결혼한 네가 남편과 배려하고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어. 아기 갖기 전에 둘만의 추억도 많이 만들면서, 젊은 시절에 누릴 수 있는 기쁨과 행복을 우리 딸이 맘껏 누렸으면 해. 그리고 결혼 후에도 스스로가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본인을 잘 돌볼 줄 아는 예쁘고 멋진 여성이 되길 바라.
엄마는 자기 인생의 마무리를 어떻게 하고 싶어?
인생의 마지막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고민되네. 그냥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가 조용하고 평화롭게 마무리 할래. 내 몸이 아프거나 불편해서 우리 아들딸들에게 걱정거리가 되고 싶지 않거든.
마지막으로 엄마의 인생을 한마디로 표현해줘!
나무라고 생각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넓지 못해서 바보처럼 산 순간도 분명 있지만, 나의 자리에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나무는 비바람에 잎이 뜯기고 벌레에 물려 상처도 나지만 그 자리를 꿋꿋하고 묵묵하게 지키잖아. 푸르고 건강한 나무들의 모습이 나의 인생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해.
|
|
|
엄마, 자기소개 먼저 해줘.
안녕하세요. 올해로 예순세 살이 된 홍순호이고, 평범한 주부예요(웃음)!
엄마의 어릴 적 꿈은 뭐였어?
음, 꿈이라고 할 건 없었어. 주어진 환경 속에서 주어진 시간을 살다보니 지금의 내가 된 것 같아. 사실 지금도 바라는 건 없는데, 굳이 꼽자면 너희들의 꿈이 이뤄지는 게 곧 나의 소원이야.
엄마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야?
부모님과 다섯 형제자매와 함께했던 시간이 가장 행복했어. 가족끼리 살 부대끼며 지냈던 시간이 아직도 또렷해. 아버지는 4대 독자여서 그런지, 모든 자식이 하나같이 소중하고, 귀했던 것 같아. 부모님도 형제들도 모두 자상하고 가정적이고 다정한 식구들이었어. 큰오빠, 두 언니 그리고 막냇 동생과 재미난 에피소드도 많았지. 부유하진 않았지만 부족함 없이 지낸 그 시절이 그리워. 당연한 줄 알았던 시간이 지나고 보니, 너무나 따뜻하고 소중했던 순간이더라.
엄마가 된다는 걸 알았을 때 기분은 어땠어? 두렵진 않았어?
계획했던 일이기도 하고, 당연했던 거라 행복했어. 그리고 나는 축복 속에서 엄마가 된 것 같아. 사실 너희 아빠는 처음부터 딸을 원했어. 한번은 진주 반지를 선물하고 진주를 뱅글뱅글 만지면서 ‘딸이다, 딸이다.’ 속으로 빌라고 하기도 했지. 그런데 아들을 둘이나 낳았네(웃음).
아빠가 많이 실망했겠네(웃음). 엄마는 내가 엄마랑 가장 닮은 점이 뭐라고 생각해?
서윤이는 귀염받는 막둥이처럼 조잘조잘 말이 많고, 참을성 없이 응석 부리는 모습이 나를 닮은 것 같아. 주변에서 다 해주니까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싶지만.
|
|
|
그럼 엄마 스스로 가장 마음에 드는 것과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은 뭐야?
마음에 드는 건 사람 좋은 거(웃음). 원만한 인간관계를 좋아해. 사이가 좋지 않으면 불편하거든. 적을 만들거나, 편을 가르는 것도 싫고. 모든 사람이 내 편이거나, 나를 좋아해주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인간관계의 평화주의자라고 할까?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은 부지런하지 않은 것. 어떤 어려운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하게 자기 일을 해나가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있어. 시간이 지나고 봤을 때, 부지런한 사람들은 결국 무언가를 하고 있고, 무언가가 되어 있더라고. 내 모습을 게으름이라고 표현하기엔 조금 억울하지만, 부지런한 생활 습관이 몸에 배어 있지 않은 건 아쉬워.
엄마의 고민이 궁금해. 엄마는 요즘 어떤 고민을 해?
고민이라기보다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어. 너희들이 잘 사는 모습을 보고 싶거든. 아들 차도 얻어 타보고, 아들 집에서도 자보려면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할 것 같아. 또 손자와 손녀도 보고 싶어.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돈도 쥐여주고 싶네.
나를 인생 후배라고 생각하고 조언한다면 엄마는 어떤 말을 하고 싶어?
부지런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시간을 아끼고 쪼개서 사용하고, 허투루 낭비 하지 않았으면 해. 시간이 흐르고 보니, 부지런히 산 사람들은 삶이 달라져 있더라고.
엄마의 10년 후 모습을 생각해보면 어떤 모습이 그려져?
다른 건 필요 없고,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 자식들 잘되는 걸 바라보는 행복을 누리고 있기를!
벌써 마지막 질문이야. 엄마는 인생의 마무리를 어떻게 하고 싶어?
병원에 가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가 죽었으면 좋겠어. 그리고 사람들이 “그 사람은 참 좋은 사람이었어.”라고 그리워하면 좋을 것 같아.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어.
|
|
|
엄마, 자기소개 먼저 해줘.
하루를 살아도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 곧 예순이 되지만, 꿈은 더 커지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어.
엄마의 어릴 적 꿈은 뭔지 궁금해.
엄마 꿈은 부자가 되는 거였어. 직장 생활을 8개월 정도 했는데, 나랑 잘 맞지 않았거든. 그만두고 길거리에서 액세서리 파는 일을 하다, 스물다섯 살쯤 작은 가게를 마련했지. 그리고 네 아빠를 만나 가정을 이뤄서 레코드 가게를 운영하기도 했고. 지금은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요식업을 하면서 부업도 하고 있어. 열심히 일하고 소소한 목표를 이루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해.
그럼 엄마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야?
스물일곱 살에 했던 결혼식이 가장 행복했어. 사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네 아빠를 만나면서 안정감이 생기고, 배운 게 많았거든. 친구들도 ‘평강 왕자와 온달공주’라면서 잘 어울린다고 장난쳤어. 네 아빠 덕분에 새로운 세상을 만났는데,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과 결실을 봤던 결혼식이 아무래도 가장 행복하지.
아빠를 만나서 무척 행복했을 엄마가 머릿속에 그려져. 그럼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어?
어려울 때 내가 많이 믿었던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고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일이 있었어. 전화로 연락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엄마를 피하더라고. 그 이후로는 차라리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기보다 내가 더 잘돼서 능력이 되는 만큼 도와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지.
엄마가 된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 기분은 어땠는지 궁금해.
아이를 갖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잘 안됐어. 새벽까지 일을 하다 보니 몸 상태가 좋지 않았나 봐. 그러다 어느 날 하얀 강아지 태몽을 꾸고 아기가 생겼다는 걸 알게 됐는데, 엄청 기뻤지. 병원에 가보니 2개월이라고 하더라고. 두 달이 되도록 바빠서 몰랐던 거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걱정은 있었는데, 두려움은 없었어. 일에 지장이 있을 순 있지만 아빠가 워낙 집안일과 육아를 잘 분담해줘서 부담감이나 어려움도 없었고!
|
|
|
혹시 나를 키우면서 서운했거나 속상했던 일이 있어?
내가 겪은 어려운 일을 너는 겪지 않았으면 했어. 그래서 알려주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내 얘기를 잔소리로 받아들이거나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때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 다른 사람들에겐 신뢰받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내 딸이 나를 믿음직한 엄마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섭섭했지. 너가 “됐어.”라고 말할 때마다 내 마음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서 가슴이 쓰리기도 했어.
그런 말을 들으니까 미안해진다(웃음). 요즘 엄마의 가장 큰 고민은 뭐야?
얼마 전까지는 네가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말해서 고민이 됐어. 어떤 선택이든 딸이 행복한 게 우리가 손자를 보고 싶은 욕심보다 더 중요한 거라고 아빠와 대화를 나눴고, 이제는 그런 선택을 존중해.
10년 후의 엄마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 봤어?
나는 백만장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아직도 꿔. 그건 일을 더 열심히 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거든. 하지만 나를 지나치게 소모하기보다는 조금 더 편한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이건 바람이 담긴 말이기도 하지만, 딸과 사위와 함께 여행도 종종 다니고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는 인생의 마무리를 어떻게 하고 싶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해서 죽음이 두렵지는 않아. 내일 죽게 되더라도 평소처럼 남편과 도란도란 지내고, 운동도 하면서 언제나 그랬듯 성실하고 즐겁게 살다가 나의 삶을 마무리했으면 좋겠어.
마지막으로 엄마의 인생을 한마디로 표현해봐.
진흙 속에서 핀 꽃이라고 생각해. 외롭고 힘든 상황도 많았지만, 그 안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목표를 만들면서 살아 왔거든. 앞만 보고 달려오며 내 인생이라는 꽃을 피워냈다고 예쁘게 말해주고 싶어.
|
|
|
엄마! 자기소개 해줘.
1965년 9월 19일생 노경덕입니다. 집은 부산이고 보험 텔레마케터 일을 하는 두 딸의 엄마입니다. 이렇게 하면 되나(웃음)? 나는 회색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밝거나 긍정적인 것보다 어둡고 부정적인 것에 가깝고 끌리지만, 아예 암흑은 아니고. 밝음과 어둠의 중간인 회색 같은 사람이야.
엄마는 어렸을 때 무엇이 되고 싶었는지 궁금해.
우리 때는 먹고사는 걸 해결하는 게 꿈인 사람이 대부분이었어. 그래서 굶을 걱정은 안 해도 될 선생님을 꿈꿨지. 부모님도 그걸 하길 바랐고. 그런데 가르치는 일은 내가 좋아하는 게 아니었던 것 같아. 어릴 때부터 문학적인 감수성이 풍부했으니, 시인을 해봤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 정도만 했어. 나는 꿈을 치열하게 좇기보다 스스로가 누구인지 알고 사는 게 더 중요하거든.
엄마의 꿈이 시인인 줄 몰랐네. 엄마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라고 생각해?
그럼. 아마 많은 사람이 결혼했을 때나 아이를 낳았을 때를 꼽을 텐데, 나는 집을 샀을 때야. 시댁에 얹혀 사는 동안 인생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가 바로 그 집을 벗어나는 거였어. 그래서 열심히 돈을 모았고,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했지. 지금 생각해도 그때가 정말 좋았어(웃음). 원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오지 않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공간이 있다는 게 기뻤거든.
시댁에서 보내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불편했겠어. 엄마 마음이 이해돼. 그럼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야?
너도 알겠지만 집에 빨간딱지가 붙은 적이 있잖아. 외출하고 돌아왔는데 누가 현관문을 딴 흔적이 있더라고. 방에는 버젓이 남자 신발 자국이 남아 있고. 네 아빠가 맨날 돈으로 사고쳐서 전화만 오면 가슴 졸였어. 아이들은 커 가는데 남편은 가정을 나 몰라라 하고. 시어머니는 시어머니대로 날 힘들게 만들었지. 그때는 그냥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절박함과 처절함으로 가득했어.
그럼 엄마가 된다는 걸 알았을 때 어떤 느낌이었어?
솔직히 두려움도, 설렘도 없었어. 아이를 가졌으니까 낳는다고만 생각했지. 오히려 그랬기 때문에 낳아서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아. 엄마가 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계획했다면 아무것도 못했을지도 몰라. 가족이 되고 아이를 낳는 일이 봄이 되면 꽃이 피고, 여름이 되면 잎이 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첫째를 낳을 때는 좀 서럽더라? 정확히 예정일에 태어났는데도 네 아빠가 곁에 없었어. 혼자 병원에 있는 게 부끄럽기도, 당황스럽기도 해서 무지 슬펐어.
그 이야기를 들으니까 나도 속상해지네. 엄마는 스스로 마음에 드는 점과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어?
한 집안의 가장으로 책임감과 성실함을 가지고 열심히 사는 건 마음에 들어. 진부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절대 쉬운 게 아니거든. 너희들은 이렇게 살아온 나에게 불만이 있을지 몰라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정말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살았어.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아이들 키우면서 먹고 사느라 바빠 뭐 하나에 푹 빠져 본 적이 없다는 거야(웃음). 나는 뭐든지 적당히 하면서 살아온 거 같아. 드라마의 악역도 배우가 완전 몰입하면 매력 있어 보이는데, 어중간하게 연기하면 찌질해 보이잖아. 가끔은 그게 내 모습 같기도 해. 사는 시늉만 하는 게 아닌가 싶고.
|
|
|
엄마가 살면서 들은 말 중 가장 듣기 좋았던 말을 알려줘.
인상이 좋다는 말? 예쁘다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웃음), 그건 태어나면서 받은 거잖아. 나이가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인상이 참 좋네요.’라는 말은 내가 잘 살아왔다는 증거 같아서 들을 때 무척 흐뭇했어.
그런데 엄마는 요즘 어떤 고민을 해?
아플까 봐 그게 제일 걱정이지. 갱년기 때문에 한 일 년을 관절통으로 아팠잖아. 통증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이 점점 늘어가니 너희들한테 자꾸 아쉬운 소리를 하게 되더라고. 그런데 또 너희들은 기분 좋게 해주지 않고 짜증을 내니, 그 상황이 너무 싫었어. 그리고 내가 아파서 돈을 못 벌게 되면 자식들에게 신세를 져야 할까 봐 무서워. 이때까지 내일은 스스로 해왔기 때문인지, 엄마는 누군가에게 짐스러운 존재가 되는 게 싫거든. 그게 아니면 다른 고민은 아무것도 없어.
엄마는 나보다 인생을 훨씬 많이 산 선배잖아.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인생 조언이 있어?
‘인생 별거 있나.’라는 말을 많이 하잖아. 아무렇게나 살아도 된다는 건 아니지만, 인생은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서 뜻대로 되는 건 아니거든. 아무리 머리를 굴려본 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정해져 있어. 더 생각하면 괴롭기만 하지. 그래서 차라리 그 시간에 뭐든 해봤으면 해. 행동하다 보면 거기서 또 다른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게 인생이니까. 살아보니 그냥 하는 거고, 어찌됐든 다 살게 되어있어. 그러니까 배짱을 가져봐.
엄마의 인생 조언 꼭 기억할게(웃음). 엄마는 인생의 마무리를 어떻게 하고 싶어?
너희들에게 죽는 모습을 보였을 때 서로가 편했으면 좋겠어. 갑자기 죽어서 놀라거나 긴 투병으로 주변을 힘들게 하는 게 아니라, 죽음을 예측하고 받아들이면서 서로 “이제 안녕. 그동안 즐거웠어.”라고 인사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어. 그리고 내 몸이나 의식의 변화를 또렷하게 지켜보면서 가고 싶기도 해. 아니면 넷플릭스나 실컷 보는 것도 좋겠다(웃음).
마지막으로 엄마의 인생을 한마디로 표현해봐.
꿈. 한낱 꿈이야. 아름다운 꿈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쁜 꿈도 아닌. 그냥 왔다가, 그냥 가는 꿈이라고 생각해.
|
|
|
아빠와의 인터뷰와는 또 다른 맛이 느껴지는 인터뷰였죠? 위 인터뷰를 읽고 나서 여러분의 어머님에게도 이런 질문을 해보고 싶진 않으셨나요?
그 마음을 잊지 말고, 이번 주말 동안 엄마와 함께 대화를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생각보다 엄마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편집장 김경희 드림
|
|
|
10년 동안 달려온 컨셉진은 올 한 해 휴간 기간동안 컨셉진을 발전시키면서 또, 컨셉진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 하고 있어요. 이 중 하나로 누구나 컨셉진 한 권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만을 담은 컨셉진 책자를 만들어 보는 ‘나만의 컨셉진 캠프’ 프로그램을 준비 중에 있어요.
6주 동안 저희가 매주 드릴 안내에 따라 저희가 준비한 곳에 사진이나 글만 넣어주시면 저희는 그걸 모아 당신을 담은 한 권의 컨셉진으로 만들어 드리는 프로그램이에요. 이 과정을 통해 당신을 인터뷰하고, 당신의 취향을 찾으며, 당신만의 삶의 컨셉을 찾고 소중한 책자로 기록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프로그램입니다.
‘나만의 컨셉진 캠프’는 내년에 유료 상품으로 출시될 예정으로, 이번에 컨셉진 구독자 분들 중 30분을 모시고 무료로 베타 체험단을 진행하려고 해요. 소중한 피드백을 받아 내년에 더 많은 분들이 컨셉진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게 발전시키겠습니다.
평소 컨셉진을 보며, 이 책 한 권을 온전히 자신의 이야기로 담아보고 싶었던 분이 계시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해주세요. 신청이 완료되면 아래 링크는 닫힙니다. 완성된 책자는 면접이나 미팅 시 매력적인 자기소개 책자가 될 거예요.
자세히 보기
|
|
|
주식회사 미션캠프
with@conceptzine.co.kr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