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편집장 김경희입니다. 2023년 마지막 영업일인 오늘, 여러분 모두 정신 없이 바쁘실 텐데요. 오늘은 부담 없이 읽으실 수 있도록 컨셉진 콘텐츠가 아닌, 조금 가벼운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이 레터를 읽고 계신 여러분 모두 컨셉진 정기구독자이신 만큼 여러분과 보다 가까운 얘기가 될 것 같아요.
네, 맞습니다. 이미 레터의 제목에도 적어둔 '배송데이'에 관한 이야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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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진은 일반 서점에서 찾아보시는 분들보다 정기구독을 해서 읽으시는 분들이 훨~씬 많은 매거진이에요. 컨셉진이 앱 매거진에서 책 발행을 시작한 후, 정기구독자 수가 100명에서 300명, 700명, 1200명, 2500명,,, 그리고 현재는 5000여 명까지 8년 동안 꾸준히 늘었어요. 보통 출판사에서 책 한 권을 출판할 때 1천~2천 권 정도 인쇄하여 꾸준히 파는데, 컨셉진은 한 달에 약 7천 권을 인쇄하여 그 달에 거의 다 소진해버리죠. 때문에, 출판업 관계자들이 컨셉진의 정기구독자 수를 들으면 깜짝 놀라곤 해요. 어려운 출판 시장에서, 7천 권은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니까요. 참 감사한 일이죠(이 기회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렇게 컨셉진 정기구독자분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만큼, 정기구독 배송도 조금씩 달라졌어요. 아날로그의 끝판왕으로 수작업하던 시절부터, 직접 배송을 안 하게 되기까지. 조금씩 발전해가는 모습, 지금부터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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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
정기구독 신청을 받기 시작했던 컨셉진 12호부터 40호까지는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수작업으로 진행했던 배송이었어요. 약 8년 전에는 택배가 이렇게 왕성하지 않던 시절이에요. 게다가 초반 컨셉진의 가격이 3천 원이었다 보니, 무료로 해드리는 배송에 책 가격과 맞먹는 택배비를 쓸 수 없어 '우편' 배송을 했는데요. 매달 정기구독 배송 날이 다가오면, 우편 봉투를 수량에 맞춰 준비해, 봉투에 컨셉진의 주소와 우체국 요금 별납 도장을 직접 찍었어요. 맞춤 봉투 제작을 할 수도 있었지만, 한번 맡길 때 대량으로 제작해야 했기에 그 비용이 부담되었거든요. 그래서 봉투에 직접 도장을 찍고, 라벨지에 독자분들의 주소를 인쇄해서 하나하나 붙이는 작업을 했답니다.
그러다 어느날, 제가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게 돼요. '우리 사무실 프린터로는 봉투 인쇄가 안 되려나?' 호기심이 생겨 우편 봉투를 프린터에 넣고, [인쇄]를 누르는 순간. 허탈한 웃음을 짓게 됩니다. 인쇄가... 잘... 되더라고요...?? 하하. 이 생각을 진작에 했더라면 몇 백개의 봉투에 도장을 찍는 에너지와 시간을 한참 줄였을 텐데... 이래서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고 하나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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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시대에 우편 배송이라니!
우편 배송을 할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만, 배송할 때마다 정말 비효율적인 시스템이란 걸 느꼈어요. 정기구독자분들이 배송 상황을 알기 위해 운송장 번호를 요청하실 때마다 난감했고요. 전기세 고지서처럼 우체국 집배원 아저씨가 어느날 우편함에 툭, 두고 가는 거라 분실되는 상황도 많아, 그럴 땐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지 못하고 무조건 다시 보내드려야 했죠.
심지어 몇 백 개의 수량을 매달 보내야 하니, 조금이라도 할인 받기 위해 [정기간행물] 발송 신청을 했는데요. 이를 통해 할인을 받으려면, 우편 번호별로 직접 분류하여 묶음으로 우체국에 접수해야 해서 이 작업도 만만치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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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팀원이 함께하는 배송
(아마도) 컨셉진 41호부터는 정기구독비에 택배비를 추가하여, 택배 배송으로 바꾸게 됐어요. 보내는 저희도, 받으시는 독자분들도 모두 편한 방법이었죠. 하지만, 우편에서 택배로 바꿨을 뿐, '직접' 배송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어요. 게다가 택배 배송으로 바뀐 후부터는 택배 상자를 접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추가되었죠.🤣
다른 잡지사에서 일하다 컨셉진으로 이직한 에디터가 컨셉진 배송데이에 놀랐던 그 표정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그녀를 뽑을 때, "우리는 정기구독 배송을 모든 팀원이 직접한다. 근데 수량이 꽤 많다." 미리 언급했는데, 그녀는 "이전에도 많이 해봤어요. 괜찮아요!"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더라고요. 그런데 정작 마감을 하고, 배송하는 날 "이렇게 많을 줄 몰랐어요..." 하며 당황해 하더라고요. 역시,,, 컨셉진만큼 정기구독자 수가 많은 잡지사는 흔치 않죠.😎
그래도 그동안 함께했던 컨셉진 팀원 모두가 '정기구독 배송데이'를 하나의 문화처럼 여기고 즐기며 열심히 참여해줬어요. 급한 업무가 있어 배송데이에 제외시키면, "저도 잠깐 하면 안 될까요?"라고 말할 정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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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이 낸 아이디어로, 편지 받는 느낌을 위해 우표처럼 작은 스티커를 박스에 붙였는데, 몇 번 해보다 비효율적이란 걸 깨닫고 금세 포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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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들도 매달 배송을 하다 보니, 작업하는 방식에도 요령이 생겨 점점 효율적으로 진화하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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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에서 제일 좋아하는 단계
배송데이는 다음과 같은 단계로 진행돼요.
1️⃣인쇄소에서 보낸 책이 도착하기 전, 수량에 맞게 박스 접기 2️⃣도착한 책 문제 없는지 쓱- 한번 확인하고, OPP 봉투에 넣기 3️⃣OPP에 넣은 책과 엽서를 박스에 넣고 스티커로 밀봉하기 4️⃣송장 출력하여 붙이기 5️⃣택배 기사님 도와 택배차에 싣기
이중 제일 좋아하는 단계는 송장 붙이는 단계예요. 배송의 마무리이기도 하지만, 송장을 붙이면서 컨셉진이 배송될 주소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거든요. 특히 일반 집 주소보다는, 회사로 받으시는 분들의 주소를 볼 때 좀 더 재밌는데요. "오, 제일기획에서 누가 컨셉진 보나 봐! 암, 크리에이터라면 컨셉진을 봐야지!😬😬" "와, 국회의원 보좌관실에서도 받네?" "오, 대박. 사격 국가대표 선수가 우리 책 읽어!!!!!!" 하며 컨셉진 제작자로서 자부심을 잔뜩 느끼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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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베 없는 3층의 사무실의 비애
이전에 있던 사무실은 엘베 없는 3층에 있었어요. 그 사무실을 고를 때만 해도 배송량이 많지 않아 "엘베 없어도 괜찮아." 했는데, 이 사무실에 3년 넘게 있으면서 배송량이 점차 증가했기에...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배송데이엔 컨셉진 팀원 그리고 택배 기사님까지, 극한의 헬을 경험해야 했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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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누군가는, 계단에서 이 박스를 발로 차버리고 싶었을 거예요... 😅 엘베 없는 3층 사무실 고른 나, 반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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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을 할애하는 배송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잘 안 되지만, 제가 팀원들에게 얘기했던 게 있어요. "우리 정기구독 수량이 2천 개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외부에 맡기자!" (그 전까지는 외부에 맡기기에 수량이 애매하다 생각했었나 봐요...) 그리하여 1,900여 개까지는 직접 포장하고 배송했는데요. 수량이 많아지다 보니, 인쇄소에서 책이 도착하는 날 당일에 포장해서 오후 5시 전까지 배송을 완료하는 게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리하여 자연스럽게 책 도착 하루 전날엔 박스를 미리 접어 놓고, 다음날 책이 오면 박스에 넣어 송장 붙이는 작업을 했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사이 조금 업그레이드 된 것이 두 가지 있어요. 하나는, OPP로 직접 포장하던 책을 인쇄소에서 납품 받을 때부터 랩핑하여 받아 한 단계가 줄었다는 것이고요(서점에서는 사람들이 책을 들춰보면서 사기 때문에 랩핑을 하지 않고, 정기구독자분들의 책만 오염 방지를 위해 OPP에 넣는 작업을 했던 거예요). 하나는, 엘베가 있는 지금의 사무실로 이사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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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 함께하는 배송
다른 작업으로 바쁜 팀원들이 배송에 이틀이나 투입되는 게 비효율적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내린 소심한 결론은, '박스를 하루 전에 미리 접어놓는 작업은 아르바이트분들에게 부탁하고, 책을 박스에 넣는 작업만 우리가 같이 하자!'였어요. 이틀을 전부 맡기면 더 좋았겠지만, '우리가 만든 책이니 만큼, 독자분들에게도 직접 포장해서 보내자'라는 고집과 '배송데이'가 나름 책 발행의 마무리 의식처럼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그리고 아르바이트분들을 고용하는 비용 또한 부담되었고요.
컨셉진 배송데이를 앞두고, 컨셉진 인스타 계정에서 '당일 포장 아르바이트'를 모집했어요. 감사하게도 모집 공고 글을 올리면, 몇 분 만에 금세 마감되었고요. 대부분 컨셉진을 애정하는 분들이 신청해주시다 보니, 오신 모든 분들이 즐겁게 작업해주셨어요. '컨셉진'이란 공통된 관심 주제가 있어 대화도 잘 통했고요. 그렇게 몇 개월 동안은, 7~10명 정도를 모시고 배송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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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서 출발하는 배송의 마지막
아르바이트분들을 모시고 함께 작업해서 조금은 가벼워졌지만, 그럼에도 마감과 동시에 다음 호 기사를 준비해야 하는 컨셉진 팀원들이 배송 작업에 잠시라도 투입되는 게 정말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위에서부터 '비효율적이다'라는 단어를 계속 사용했던 것처럼, 실제로 '비효율적이다'라는 생각을 계속 해왔지만, 회사의 상황상 눈 감고 어쩔 수 없이 진행했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대표로서 조금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고, 결국 큰맘 먹고 컨셉진 정기구독 배송을 외부 업체에 맞기기 시작했어요. 회사가 비용을 더 쓰고, 팀원들에게 일하는 시간을 확보해준 거죠. 진작 했어야 하는 결정이었는데,,, 부족한 대표 때문에 오랜 시간 팀원들이 고생을 정말 많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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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무실에서 보내는 마지막 배송데이를 끝으로, 컨셉진은 자체 배송을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독자분들에게 끝까지 정성을 다하고 싶은 감성적인 마음과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하는 현실적인 마음, 두 마음으로 인해 오랜 시간 고생한 팀원들에게 이제라도 미안하다는 사과의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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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제가 전한 이야기는 '컨셉진 배송데이의 진화'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컨셉진 대표의 성장'이 아닐까 생각해요.
아무것도 모르던 스물여섯의 나이에 편집장이 되어 '회사의 운영'보다 '잡지의 마감'이 먼저였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오래 가는 회사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하는 리더가 되었으니까요. 물론, 아직도 한참 부족하지만 그래도 저는 이렇게 천천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저와 컨셉진 그리고 미션캠프의 성장을 응원하며 기다려주시는 독자님!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2023년에는 여러분의 오랜 기다림이 헛되게 느껴지지 않도록, 더욱 발전하는 컨셉진이 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2022년 한 해 동안, 정~말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우리 2023년에는 올해보다 조금 더 많이 웃어요! 여러분들의 행복한 날들에 컨셉진도 함께할게요. 새해 복 많으세요!💚
편집장 김경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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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달려온 컨셉진은 올 한 해 휴간 기간동안 컨셉진을 발전시키면서 또, 컨셉진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 하고 있어요. 이 중 하나로 누구나 컨셉진 한 권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만을 담은 컨셉진 책자를 만들어 보는 ‘나만의 컨셉진 캠프’ 프로그램을 준비 중에 있어요.
6주 동안 저희가 매주 드릴 안내에 따라 저희가 준비한 곳에 사진이나 글만 넣어주시면 저희는 그걸 모아 당신을 담은 한 권의 컨셉진으로 만들어 드리는 프로그램이에요. 이 과정을 통해 당신을 인터뷰하고, 당신의 취향을 찾으며, 당신만의 삶의 컨셉을 찾고 소중한 책자로 기록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프로그램입니다.
‘나만의 컨셉진 캠프’는 내년에 유료 상품으로 출시될 예정으로, 이번에 컨셉진 구독자 분들 중 30분을 모시고 무료로 베타 체험단을 진행하려고 해요. 소중한 피드백을 받아 내년에 더 많은 분들이 컨셉진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게 발전시키겠습니다.
평소 컨셉진을 보며, 이 책 한 권을 온전히 자신의 이야기로 담아보고 싶었던 분이 계시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해주세요. 신청이 완료되면 아래 링크는 닫힙니다. 완성된 책자는 면접이나 미팅 시 매력적인 자기소개 책자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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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 미션캠프
with@conceptzi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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